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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이 먹먹해지는 곳 보스니아, 작은 마을 트레비네에서
    동유럽 발칸반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2020. 5. 27. 19:47

    우리는 알바니아 국경을 넘어 몬테네그로를 지나, 몬테네그로 부드바에서 보스니아 트레비네(Trebinje)로 가는 버스를 탔었다.
    보스니아는 우리가 크로아티아를 넘어가기 전에 잠시 지나가는 나라 중 한곳이었고, 별다른 기대 없이 호수가 있는 마을인 트레비네에 도착했다. 그 마을은 몬테네그로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사라예보나 모스타르를 가기 전에 거치는 마을이었다.

    아무 기대없이 보스니아 국경을 넘어가는데 왠걸! 경치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우리처럼 몬테네그로에서 보스니아 국경을 넘어간 사람이 또 있으시겠지? 대자연이 절벽 밑에 펼쳐졌고, 도로 밑 절벽 가까운 곳에 검은 황소가 우릴 맞이했다.

    마치 "보스니아에 어서와" 하는 듯이.
    나는 그때부터 보스니아가 좋아졌다.

     

    보스니아의 남쪽의 작은 마을, 트레비네에서의 첫날 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서 펍에 가는 길에 사진을 찍었다. 집의 지붕, 굴뚝, 하늘, 구름 마저 사소한 것들이지만 나는 이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트레비네 올드타운 안에있는 술집 Azzaro. 발칸반도의 어느나라들 (크로아티아만 제외하고) 처럼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었다.

     

    우리는 올드타운으로 출출한 배를 채우러 향했는데, 실은 펍에 들어가기 전 길거리에 피자를 파는 가게에서 한조각을 냠냠했었다. 한조각이 작은게 아니라 약간 큰 사이즈였고 한화 1천원대에서 먹을 수 있었다.
    피자를 먹고 있으면, 피자에 있는 햄을 달라고 어디선가 고양이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나 불쌍하게 쳐다볼거니까 피자에 있는 햄 내놔" 정말 초롱초롱한 눈빛을 쏘면서 햄내놓으라고 하는데, 안줄 수가 없다^^;



    아무튼 얘네한테도 먹을거 좀 나눠주고, 다음엔 고양이 사료를 꼭 챙겨야겠다고 다짐하며 술집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술 거나하게 몇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래봤자 맥주는 배불러서 3~4잔 이었다.

    숙소 앞 풍경 

     

    조지아,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 이쪽 발칸반도 나라들은 날씨가 온화하다. 그때가 11월달인데도 불구하고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중간에 혼연일체 한듯 쌍둥이 키위들이 섞여있다.


    축복받은 날씨를 가진 발칸반도 나라들. 그래서 와인이 유명하고, 과일이 유명한가 싶었다.
    조지아에서부터 저렴하고 맛난 와인을 마셨고,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등 발칸반도 나라에는 항상 과일이 저렇게 주렁주렁 있었다. 포도나 키위의 덩쿨종류 과일들, 특히 집앞에 주렁주렁 매달아 놨다.

    고백할게 있는데, 한번은 조지아에서 주인 몰래 슬쩍 포도를 한개 딴적이 있었다. 포도가 다 익어서 한알 두알 땅으로 후두둑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수확을 안하더라.... 아니 왜 안먹어? 이생각을 하며 아까워서 한송이를 따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변명인걸까^^;)

     

    호수를 낀 마을인 트레비네에서. 날씨도 선선한 가을처럼 엄청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아서 더 행복했다.

     
    나는 여행을 오래 다니면서 (그래봤자 7개월 여행이지만) 유독 호수가 있는 마을을 사랑하게 되었다.
    고향은 부산이고, 바다를 끼고 있어서 그럴까? 물이 있는 도시나 마을을 정말 좋아한다.
    트레비네도 나에겐 안성맞춤이어서 2일을 묵으려고 했는데 2박을 연장해서 총 4박5일을 머무르게 되었다.


    배수시설이 안좋은 편이라 비가 온 다음날이면 이렇게 호수가 범람한다.


    아기자기한 집이 가득한 마을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고, 관광객이 덜한 곳을 좋아하는 편이라
    트레비네 이곳 저곳을 걸어서 돌아다녔다. 나중에는 산에도 올라가서 교회도 보고, 마을 전경도 보았었다.


    트레비네에서 유명한 다리인데 이름을 까먹었다.

     

    몬테네그로에서도 저런 검은채도의 산을 자주 볼수 있었는데 몬테네그로와 인접한 트레비네도 같은 산의 느낌이다. 

     

    트레비네 마을에 언덕이 있는데 교회가 보여서 열심히 걸어 올라갔었다. 그러니까 이런 전경이 펼쳐졌고, 한참동안 마을을 바라봤었다. 왠지 모르게 이 마을을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트레비네 마을 전경

     

     

    마을 언덕 위에 있던 성당. 돔 모양의 지붕이 귀여운 느낌이었다.

     

     

    호수 위의 도로에서. 점점 저녁이 온다.

     

    우린 이 마을에서 특별한 걸 하지 않았다. 배고프면 1천원짜리 피자 먹으러 갈때도 있고, 마을 전경을 볼겸 운동할 겸 산에 오를 때도 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맥주집도 2군데나 있어서 이곳에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면서 올드타운 안을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소박한 날들이 흐르고 이 도시를 떠나야 할 때가 다가왔다.


    노상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데 밥달라고 하는 고양이. 마침 고양이 사료가 있어서 몇번을 나눠줬다.



    우리는 짐을 챙겨서 보스니아의 2번째로 큰 도시인 모스타르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 안에서 나는 안봤으면 좋았을 것들을 보게 되었다.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서 그 모습을 남기지 못했지만,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 모습을 찍을 수가 없었다.
    버스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도 창밖으로 오랫동안 수많은 무덤들이 펼쳐졌다.

    보스니아는 내전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좌로는 크로아티아, 우로는 세르비아가 있고 그 나라들이 보스니아에서 전쟁을 많이 했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종교전쟁을 한 것이다. 보스니아 안에는 무슬림도 많고 카톨릭 정교도 많다. 아직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보스니아 지역이 따로 있고, 헤르체고비나 지역이 따로있다. 당시에 알아보니 이 두 지역 말고도 다른 정치적 색을 띄는 구역이 이 나라안에 존재하더라.


    트레비네에서 모스타르 가는 길에 찍은 어떤 마을사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을까?
    종교가 다르다고 박해하고 차별하고 죽이고, 우리나라 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이 다른나라에 비해 독특한 문화가 있다고 하더라. 불교,원불교,천주교,기독교 기타 수많은 종교들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전쟁은 하지 않는다. 평화를 바랄 뿐.



    모스타르에서 본 폐허가 된 건물들. 이런 건물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버스가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무덤을 지켜봐야 한다는건 정말 슬픈 일이었다.
    모스크와 아름다운 다리로 유명한 모스타르에서 처음으로 이런 폐허가 된 건물을 마주했다. 당시엔 얼마나 끔찍한 고통이었을까? 왜 사람들은 전쟁을 하지 않고는 못배겼던 것일까?


    다음편에는 슬픈 모스타르의 이야기를 들고 오려고 한다. 가슴이 무너질 뻔 했던 모스타르에서의 기억을 아직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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