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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로 (1편)
    유라시아/러시아 2020. 5. 15. 12:26

     

    작년 9월1일의 여행 회고록.

    지금 이걸 쓰는 이유는 어제 러시아 횡단열차에서 만났던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회포를 풀었기 때문이다. 20살이 된 아이들은 당시엔 19살이었고, 부산에서온 어린 여학생들이었는데. 그 모습이 참 신기했다.
    저 나이에도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가 있구나, 모험심이 가득한 아이들이구나 하고는 대견한 마음이 들었었다.

    낭만을 아는 아이들이었고, 모험 또한 동경하는 눈치였다.  여행얘기를 하다가 숙소가 단 3군데만 있는 무인도 같은 섬에서 밥때되면 밥을 먹고, 밥-수영-산책만 무한 반복했던 작은 섬. 거기서 알게된 사람 중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그 섬에 오게된, 긴 오리발을 들고 물안경을 챙겨온 (제레미 아이언스를 닮았던) 남자의 얘기. 헤어질땐 작은 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주며 보트를 탄 우리에게 인사했던 일.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눈을 반짝였다.

    다음엔 눈이 내리는 설원속에서 기차를 타자고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약속을 하고서 헤어졌다.
    어떤 아이는 진로를 찾았고, 또 한 아이는 앞으로 진지하게 무엇을 할지 찾고있는 이들의 앞날이 정말 멋있게 성장할거란 예감이 들어서 마음이 충만해지는 만남이었다.

     

    2019년 9월 1일. 부산 집을 나서며, 공항으로 가기 전. 남자친구 다니엘



     남자친구 다니엘은 큰 러시아땅을 궁금해했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이고, 세계여행 할거면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우린 저렴한 동남아 비행기를 예매했다가, 여행 떠나기 한달전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첫날, 일단 현지 돈을 인출해야 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돈뽑는 기계 앞에 서서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그때 바로 뒤에 서있던 러시아 아주머니께서 화난 인상을 하고는 기계로 다가왔다.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하시고는 여전히 화난 인상으로 기계를 뚝닥뚝닥 만지시더니, 패스워드 하면서 비밀번호를 누르라고 한다. 이 아주머니는 우리를 도와주려고 ATM기계를 만지셨던 거다.
     우리는 러시아어로 감사인사인 "쓰바씨바!"라고 외쳐야했다. 아주머니가 다 도와주신뒤에 아무런 인사 없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려고 하셨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톡 숙소 첫날. 해질녘 바다 전경

     

     

    블라디보스톡 숙소에서 



    러시아 사람들은 구 소련체제의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웃는 표정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없었다. 표정을 감추는 것, 혹은 무표정이 흔한 편인데 사실은 겉모습만 그렇지 정이 많은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매력이 있었던 러시아 여행.


    숙소에 짐을 풀고는 거기서 알게된 러시아 커플을 만났는데, 러시아인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꽤 유쾌한 친구들이었다. 중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고향은 모스크바와, 모스크바 남쪽인 사람들이었다. 블라디보스톡이 중국과 가까워서 잠시 휴가차 여행온 것이라고 했고, 우리는 러시아 커플과 함께 이 저녁을 그냥 보낼 수 없지 하면서 분위기 좋은 술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누워서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 숙소와 걸어서 5분거리에 있었던 술집. 마침 불쇼가 시작되었던

     

     

    그날의 분위기. 블라디보스톡 야외 술집에서.

     

    러시아커플, 우리커플, 그리고 어느나라 사람인지 기억이 잘 안나는 독특한 아저씨 이렇게 다섯명이서 야외 술집으로 갔었다.
    그 아저씨가 왜 독특하냐면, 자꾸 나보고 북한에 가본적이 있냐고 한국에 살면 위험하지 않는지 등 이런 것들을 물어보았는데 영어로 우리나라 상황을 설명해야 했었다. 그러다가 아저씨는 지루해졌는지, 먼저 숙소에 가겠다고 하면서 헤어졌는데 알고보니 다른 술집에 가있었던!
    우리들은 '거짓말쟁이' 하고서는 그 옆을 지나갔다. 하하



    블라디보스톡에선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1박만 했던터라, 다음날 짐을 챙겨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모습.

     

    횡단열차의 꼬리칸이라고도 불리는 3등석 내부 모습.

     

    우리는 장기 배낭여행자였고, 돈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3등석을 예매했었다. 좁은 복도, 2층침대가 복도 양쪽에 있었다.
    혹시나 횡단열차 3등석을 타는 사람들이라면 제일 편한 자리는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쪽 가로로 넓은 침대. 아랫층이 그나마 제일 편한 곳이다. 
    그 2층침대의 윗쪽을 사용하는 사람이 가끔씩 밥을 먹기 위해 아랫쪽으로 내려오는 일도 종종 있긴 하지만, 아랫층에 있으면 위로 번거롭게 올라갈 일도 없고 이동이 편리하다. 


    여기서 부산에서 온 19살 숙녀들을 만났다. 좋은 자리가 어딘지를 미리 봐두고 온 아이들이라 마주보는 4인 침대에서, 가로로 긴 아랫층 침대에 있었고, 우리는 아무 정보없이 온터라 왼쪽편의 2인 침대, 2명만 이용가능한 곳을 예약해서 거기에 머물렀다.

    19살 아이들, 그 아이들의 윗층 침대를 썼던 독일,프랑스 커플, 그리고 우리는 나중에 이르쿠츠크에서 다시 만나 지옥의 등산을 하게 된다. 하하.^^; 


    4명이 쓰는 공간의 2층침대 윗칸. 



    횡단열차가 시작하는 블라디보스톡에서 탑승을 하면 침대에 미리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 간단히 쓸수 있는 얇은 수건이 놓여져 있다. 만약 중간에서 탄다면, 사람들이 계속 바뀌면서 탔다가, 내렸다가 반복하기 때문에 탈때마다 새 이불커버와 수건 등을 나눠준다.

     

    이제 드디어 출발! 바이칼 호수로 유명한 이르쿠츠크 도시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횡단열차의 식당 칸에서. 여기서 시원한 러시아 맥주를 마실 수 있었기 때문에 종종 이용했다.

     

     

     

    식당열차 칸에서 시켰던 음식. 가격이 저렴하지 않으니 어쩌다가 한번정도는 시켜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쌀밥은 딱딱하고 풀풀 날리는 편이니 안시키는 것을 추천하며, 스프에는 항상 고수가 들어가니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걷어내고 먹으면 될것 같다. 러시아 음식에서 고수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횡단열차의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3등석 사람이면 1등석 화장실을 절대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
    화장실 내부 모습이 정말 차이가 많이 나는데, 1등석은 쾌적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열차의 차장님이 지켜보고 있지 않을때 몰래 한번씩 이용을 했었다.

    열차의 식당칸을 이용하면 1등석과 가까워서, 아무 눈치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3등석에서 긴긴 복도를 지나 1등석으로 가서, 안들키고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한다는건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문제 일으키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할 수는 없었다. 거리 또한 3등석 칸을 지나, 2등석, 1등석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멀어서 식당 이용할때만 자주 이용을 했었다.

     

     

    잠깐씩 열차가 역에 정차할때, 사람들은 좀이 쑤신 다리를 움직여주기 위해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기도 했다.

     

     

     

    유니폼을 입은 여자 차장님들과 개를 좋아했던 소년. 저 소년이 셰퍼드와 같이 찍은 훌륭한 사진이 있는데 타사 블로그에 올렸던 지라 다른 사진을 업로드 한다.

     

     

     

    궁금해서 사본 솔방울. 잣 같은 견과류가 씨앗으로 들어있는데, 누가 해바라기 씨도 줘서 솔방울이랑 같이 먹었던 기억.

     

    참 3등석 사람들은 특히 러시아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데, 3등석에는 프라이버시가 없었다. 독일 커플 옆에 2층 침대를 이용하던 어떤 러시아 아저씨가 휴대폰으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듣는데 무슨 음악인지도 모를 음악을 계속 듣더라.
    독일인 친구 이름은 제로 였는데, 제로가 참다 참다가 조용히 하라는 얘기를 알아듣게 잘 설명을 했었다. 우리는 제로한테 잘했어! 라고 해주고는 아저씨가 한동안은 조용해졌다. 한시간뒤, 무슬림 음악인지 정체 모를 음악을 또 크게 틀더라. 아마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 문화를 가진 것 같았다.
     우리는 아... 또 노래를 틀었어 하면서 제로가 다시 아저씨한테 주의를 주었다. 아저씨는 19살 소녀들에게 먹을것을 나눠주고, 제로한테도 먹을것을 주면서 잘해주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노래는 계속 틀었다. 하하


    3등석은 사람들이 먹을거 있으면 나눠주려고 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다들 대화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중에 우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열차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등석을 이용했는데, 그때는 각자 자기의 영역이 있어서 서로 말을 걸지 않으려고 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또한 기차에서 씻기가 힘들고 샤워실 또한 없기 때문에 냄새가 날 수 있는데, 2등석은 4인 기준으로 칸칸이 미닫이 문이 있는 것과 달리, 3등석은 다 오픈되어 있다. 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으니 예민한 사람은 마스크를 챙겨서 본인이 쉬거나 잘때 끼면 좋을듯 하다. 우리는 얇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잤으니까^^;

     

     

    러시아 땅이 정말 크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로 가는 데는 2일이 넘게 걸렸다. 자연을 계속 바라보면서, 책도 읽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얘기도 많이 나눴던 기억.

     

    3등석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가씨, 순수한 타키지스탄 청년, 나랑 고향이 같은 19살 소녀들, 독일,프랑스인 커플, 다른 사람 신경안쓰고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러시아 아저씨, 손톱에 연분홍색 매니큐어가 정말 아름다웠던 마음 따뜻한 러시아 할머니, 무뚝뚝해 보이지만 일은 확실히 잘하셨던 차장님, 눈뜨자마자 끝도없는 수다를 시작해서 밤12시 넘어서 잘때까지 시끄럽게 굴던 러시아 10대 소년들 등... 


    다 3등석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다시는 3등석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좋은 기억들도 많았기 때문에 한번 더 타볼 수도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때는 어제 만났던 아이들 말처럼 눈이 가득 내리는 설원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겨울에 열차를 타보자고,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던 그 말대로. 우리는 언젠가 또 떠날 것이다. 

     

    우와 바다.. 아니 바이칼 호수다! 하면서 얼마나 큰지, 호수를 마주치고 이르쿠츠크로 들어가는 내내 오랫동안 호수 풍경을 볼수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호수의 풍경들

     

    이르쿠츠크에서 등산 했던 기억과 바이칼 호수.
    그 때 있었던 일은 2편에 연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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